6월인데도 벌써부터 더위가 다가옵니다. 이럴 땐 차가운 살얼음 육수에 매콤한 양념을 더한 물냉 / 비냉이 끌리는 날들이지요. 지역별로 다양한 역사와 맛의 차이가 있는 냉면을 속속들이 오늘은 알아보도록 하죠. 이번 여름 맛있는 냉면, 밀면과 함께 무더위를 또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부산 밀면
부산 밀면은 ‘냉면’이라는 이름은 아니지만 ‘밀가루 면으로 만든 냉면’이다. 이북에 서 월남한 사람들이 메밀 대신 당시 구하기 쉬웠던 밀가루를 이용해 냉면을 개량한 음식이다. 부산 밀면의 가장 큰 특징은 밀가루로 만든 가는 면발이다. 여기에 살코기와 절인 무, 달걀지단을 올려 빨간 양념장을 넣어 말아먹는다. 언뜻 보면 잔치국수와 비슷한 모양새지만 맑은 멸치국물로 만드는 국수와는 달리 부산 밀면은 소뼈와 돼지뼈, 한약재 등을 넣어 푹 고아내는 육수를 쓴다.
다른 냉면들과 마찬가지로 식초와 겨자를 넣어 간을 맞춘다. 밀가루 면을 쓰는 밀면은 일반 쫄깃 한 냉면과는 달리 면이 잘 끊어져 가위로 자르지 않고 그냥 먹는 게 제 맛이다. 반찬이라 봐야 밀 면에 들어가는 무절임이 전부이지만 밀면 본연의 맛이 시원하고 담백해 따로 반찬이 필요 없다.
진주냉면
진주냉면은 경상남도 진주시의 향토음식이다. 이북 지역의 평양냉면, 함흥냉면과 는 달리 진주냉면은 거제, 남해, 사천 등지에서 잡히는 죽방멸치로 만든 멸치장국을 섞어 맛을 낸 다. 고명으로는 배, 오이, 달걀지단, 편육 등과 함께 쇠고기 육전이 푸짐하게 올라간다. 달걀옷을 입 혀 부친 육전의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이 시원한 해물육수와 어우러져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비빔냉면에서는 매운맛을 중화시켜 고소한 맛을 불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육전 때문에 진주냉면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냉면 특유의 깔끔함이 사라져 아 쉬운 이들이 있는가 하면은 진주냉면을 ‘해물육수의 감칠맛에 육전의 조화가 자꾸만 먹고 싶게 만 드는 냉면의 신세계’라고 평한 이들도 더러 있다.
옥천냉면(해주 냉면)
옥천냉면의 뿌리는 황해도 해주시의 해주 냉면이다. 6.25 전쟁 때 황해도 해주에서 피난 온 부부가 1952년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에 자리를 잡고 해주식 냉면을 파는 식당을 개업하면서 옥천면 특산품으로 정착했다. 평양냉면과도 비슷하지만 옥천냉면은 육수를 돼지고기만으로 낸다는 것과 면발이 상당히 굵다는 게 다르다. 특히 서울식 냉면에 비해 육수가 밍밍하기도 해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평양냉면과 맛이 흡사하나 약간의 간장을 베이스로 한 육수와 가락국수 가락에 버금가는 굵고 통통한 메밀면이 특징이다. 독특한 육수 맛의 비밀은 옥천이라 불리는 해당 지역의 식수와도 연관이 깊다. 전반적으로 굵은 메밀면에서 나오는 진한 구수한 맛과 약간 짭조름하면서도 고기 향 이 진한 감칠맛 나는 육수가 옥천냉면의 매력 포인트다.
평양냉면
1911년 이미 ‘평양 조선인 면옥 조합’이 생길 정도로 냉면은 평양의 대중적인 외식이었다. 평양은 물론 평안도 전체가 ‘냉면의 나라’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냉면은 대중의 일상 음식이었다. 주로 평양냉면은 겨울에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쨍’한 동치미 국물을 주로 국물로 사용했지만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꿩고기를 이용한 고기육수에 메밀면을 말아낸 냉면도 동시에 존재했다. 같은 평양냉면이라도 만드는 이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담백함’이다. 혹자는 ‘심심한 맛’이라고 평하기도 하지만 양념을 최소화하고 고명도 최소한으로 줄여 육수와 면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것이 평양냉면의 특징이다.
백령 냉면
백령 냉면은 백령도, 강화, 인천 등지에서 맛볼 수 있는 냉면으로 진한 사골육수에 까나리 액젓으로 감칠맛과 간을 더하고, 메밀면을 이용한다. 이는 옥천냉면과 더불어 해주 냉면의 변형판으로 추정되지만, 사골육수와 까나리 액젓을 쓰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맛이 완전히 다르다. 액젓의 꼬릿 꼬릿 한 향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맛을 자랑한다. 사골의 고소함과 까나리의 감칠맛, 메밀면의 구수함이 더해진 특색 있는 요리. 까나리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첨가할 수 있다.
황해 냉면
황해도는 해주와 사리원이 냉면의 중심지였다. 같은 물냉면이지만 황해도 냉면 은 평안도보다 면발이 굵고 돼지고기 육수를 많이 사용해 진한 고기 맛을 기본으로 하면서 간장과 설탕을 넣어 단맛이 난다. 그중 사리원의 냉면가게들은 1928년 4월 21일에 7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면옥 노동조합’을 결 성할 정도로 크게 성장한 바 있다.
함흥냉면
‘함흥에는 없는’ 함흥냉면은 주로 비빔냉면이다. 전분으로 면을 만들어 가자미나 홍어, 명태 식해를 고명으로 올려 고추장 양념에 비벼 먹는다. 함경도 지방은 워낙 지형이 험준해 서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 농작을 할 수 없는 땅이다. 그리하여 냉면의 역할을 감자전분이 대신해 왔기에 냉면보단 ‘감자 농마(녹말) 국수’로 불러왔다. 지금의 함흥냉면은 한국전쟁 이후 함흥에서 내려온 여러 실향민들이 속초 등 강원도 일부 지역에 감자 농마 국숫집을 열면서 이름도 ‘함흥냉면’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따라서 감자 농마 국수에 서 유래된 진짜 함흥냉면은 지금도 속초에 가면 그 맛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식 냉면
흔히들 고깃집에서 후식으로 먹거나 특정 종류의 냉면을 팔지 않는 냉면집에 서 물냉, 비냉 등으로 구분 지어 부르는 냉면들이 여기에 속한다. 서울식 냉면은 함흥냉면을 기본으로 막국수와 교배되어 서울 입맛에 맞춰 개량되었다. 동대문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매운 비빔냉면이 가장 대표적인 서울식 냉면이며, 새콤달콤한 육 수를 사용한 물냉면도 서울식 냉면에 속한다.
오늘은 맛있는 지역별 냉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찾다 보니 참 많은 냉면 종류가 있네요. 일전에 미우새 프로그램에서 김종국이 냉면 맛집을 찾아다니던 모습이 생각나는데 이번 무더운 여름 맛있는 냉면과 함께 해보는 걸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