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슈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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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편의점에는 포켓몬빵이 없다. 인스타그램에는 번호표를 받고 포켓몬빵을 구입하 려는 사람들의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당근 마켓에는 포켓몬빵 안에 들어있는 띠 부띠부씰1을 한 장에 1만 원에 판다는 글이 보인다. 심지어 지난주에는 10만 원에 올 린 사람도 있었다. 재미있는 현상은 포켓몬빵의 ‘맛’에 대한 리뷰는 하나도 없고, 띠부 띠 부실을 ‘득템’했다는 후기만 넘쳐난다. 한 개에 겨우 1,500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 빵 의 무엇이 사람들을 이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 20년 전에 즐겨봤던 만화를 회 상하기 위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추억할 거리가 필요해서? 포켓몬빵 은 최근 재출시 후 약 126억 원의 매출을 창출했고, 출시 40여 일만에 840만 개나 판매됐다. 한때 인기 있었던 허니버터 칩을 능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곧 있으면 포켓몬빵 시즌 2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단순히 추억거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현상이다. 왜 우리는 포켓몬빵에 집착하는 걸까?

 

소확행 소비자, 숨길 수 없는 동심을 드러내는 멀티 페르소나

포켓몬빵 인기의 첫 번째 원인은 소확행 1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다. 소확행, 가심비 2 등이 새로운 소비 트 랜드로 떠오르면서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나 한정판 스낵이 끊임없이 출시되고 있다. 이는 라이프스타일 상품군에서 식품이 가장 단가가 낮고,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류나 화장품, 인테리어와 같은 상품군은 5~6만 원은 있어야 실패 없는 쇼핑을 할 수 있지만, 식품군에서는 1~2만 원 정도만 있으면 기호에 맞는 음식이나 술, 음료 등을 충분히 구할 수 있다. 이렇게 소확행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주된 원인으 로는 끊임없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과 물가가 꼽힌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애와 결혼은 물론 아이를 갖는 것도 포기한 삼포세대(三抛世代)가 가심비 높은 소 비를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약 90년 전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 절, 거의 모든 산업의 매출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명품 립스틱의 매출은 증가했다. 명품 립스틱은 명품의 네임밸류는 가지고 있지만 핸드백이나 구두 같은 액세서리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은 소확행 아이템이 기 때문이었다. 이를 ‘립스틱 효과’라고 한다. 립스틱 효과는 대공황 시절뿐만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 융위기 속에서도,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에 우크라 이나-러시아 전쟁 등 국제적 상황까지 더해진 최근 에는 적은 비용으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집이나 자동차는 구입하기 어려 워도 1,500원짜리 포켓몬빵은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다양한 자아, 즉 멀티 페르소나의 대 중화다. 과거에는 다 큰 어른이 레고를 찾거나 닌 텐도 게임을 하면 ‘철없다’라고 여겨졌지만, 요즘에 는 내 자아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나, 즉 페르소나 (Persona)를 거침없이 보여주는 것이 ‘인간미’가 있고, 스스로를 세련되게 ‘브랜딩’한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페르소나는 본래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뜻하는 말이었다. 어떤 가면을 쓰는지에 따라 성격과 성향이 아예 달라지는 배우의 모습처럼 최근에는 다양한 자아를 드러내는 모습을 찾아보기 쉬워졌다. 본캐, 부캐라는 말이 자주 사용돼 고, 소셜 네트워크 계정을 운영할 때도 한 사람이 여 러 개의 계정을 개설해 마치 서로 다른 사람처럼 활 동하기도 한다. 나의 다양한 자아를 보여주는 것은 부 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30대 가 된 사람들이 추억의 빵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들으면 여전히 한심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세대의 소비자들 은 ‘우리 과장님한테 저런 면이 있었네?’, ‘대리님 재 밌는 사람이다’ 등 다양한 생각을 하며 친근감을 갖는 것이다.

 

게다가 포켓몬빵의 타깃 소비자들은 20년 전보다 구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생산자 입장에서도 매출이 오르니 즐거울 수밖에 없다. 물론 20년 전 추억을 회 상하며 그 속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소비자의 만 족 감도 빼놓을 수 없다.

 

SNS 공유문화가 만들어낸 우월감, 덕질, 그리고 리셀 문화

SNS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유문화와 MZ세대의 리 셀 문화는 포켓몬빵의 인기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였다. 2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3 가심비: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포켓몬빵이 재출시됐다는데 아무리 TV를 돌려봐도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시리즈를 개봉했거 나 영화로 출시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포켓몬빵의 맛 이 대단히 좋아졌다는 리뷰도 없다. 그저 포켓몬빵 안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을 구하기 위해 ‘중고마켓에 서 1만 원에 희귀몬 띠부띠부씰을 구했다’, ‘내가 모 은 띠부띠부씰 사진첩 공개!’ 등 자신의 노력과 성취를 보여주는 SNS상의 자랑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SNS가 처음 생겼을 때는 온라인에서 관심사가 비슷 한 친구를 찾거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기능이 확장되어 광고, 마케팅의 수단이 되었고, ‘내가 이렇게 잘 살 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띠부띠부씰의 존재와 가치를 제대로 각인 시 켜준 플랫폼은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구매자들이 ‘이 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띠부띠부씰을 구했다’라 는 것을 SNS를 통해 공개하며 팔로워들을 자극하자, ‘구하기 어려운 상품’이라는 것을 인지한 팔로워들 은 1,500원짜리 포켓몬빵의 띠부띠부씰을 모으기 위 해 편의점과 마트에 우르르 찾아가기 시작했다. 인간의 본능인 소유욕이 꿈틀거린 것이다. 이 모습은 밴 드웨건 효과(Band Wagon Effect)의 단면을 보여 주 고 있다. 밴드웨건 효과는 뚜렷한 주관 없이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따라 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소비에 있어 유행을 만드는 요인이 된다. 서부개척시대 금을 찾아 미국 캘리포니아로 향한 군중의 대다수가 웨건이라는 커다란 차 위에서 금을 찾으러 가자며 노래를 부르는 밴드의 음악 소리를 듣고 무작정 따라갔던데 에서 유래했다.

 

어렵게 대열에 합류해 포켓몬빵을 구매하더라도 끝 Trend 2022 04 22 난 것이 아니다. 포켓몬빵에 들어있는 띠 부띠부씰의 종류는 무려 159종이며, 그마저도 랜덤으로 들어있 다. 때문에 원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띠부띠부씰을 구 하려면 여러 개의 포켓몬빵을 구매해야만 한다. 빵에 들어있는 스티커가 대체 뭐라고. 내가 물건을 선택하는 시대가 아닌 물건이 나를 선택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마침 당근 마켓, 중고나라 같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을 기반으로 발전한 MZ세대의 리셀(resell) 문화는 띠 부띠부씰의 교환, 거래를 쉽게 만들어줬다. 리셀은 한정판 명품백이나 운동화와 같이 어렵게 구 한 상품에 웃돈을 붙여 이익을 취하는 재테크 방식을 말한다. 품귀 현상을 누리고 있는 포켓몬빵의 띠 부띠 부씰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인기 있는 리셀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오래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보통 유행이 트렌드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바꿀 정도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한 다. 하지만 포켓몬빵의 인기는 요즘 소비자의 구매 패 턴을 재확인시켜주는 대표적 사례일 뿐, 새로운 현 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포켓몬빵의 마케팅 전략 이 요즘 소비 트렌드와 잘 들어맞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이 또한 ‘그땐 그랬지’하며 떠올릴 추 억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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