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퇴근길, 김 과장은 평소 생필품 구매를 위해 이용하 던 온라인 쇼핑 플랫폼 A사로부터 알림 메시지 하나를 받앗다. 어떻게 알았는지 마침 집에서 사용하는 휴지가 떨어져 가던 차라, 김 과장은 흔쾌히 재주문을 했다. 주문을 끝 낸 김 과장이 과거 구매내역을 살펴보니, 이전에도 8주 간 격으로 같은 제품을 재구매하고 있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스마트 기술을 이용한 마케팅 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터넷검색창에서 검색했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인스타그램, 페이 서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광고창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때로 는 내가 장바구니에 담아 놨던 상품에 적용되는 할인쿠폰을 받기도 한다.
기업들은 방문자가 어떤 상품을 검색했는지, 어떤 상품 페 이지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스크롤은 끝까지 내렸는지,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뒤 실제로 구매했는지 등 아 주 세부적인 소비자 행동까지 수집하고 있다. AI 알고리즘 은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잠재 고객이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 예측한다. 기업은 이를 토대로 잠재 고객에게 극 도로 개인화된 맞춤형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전 보다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더 큰 효용을 얻게 됐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디지털 마케팅은 온라인 쇼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6년에 설립된 독일의 출판사 ‘인키트(Inkitt)’가 대표적인 예다. 인 키트는 출간하는 도서의 90% 이상을 베스트셀 러로 만들고 있는 출판사다. 보통의 출판사가 수십 권의 책을 출간해도 단 한 권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어렵다 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성과는 기적적인 것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설립 5년 차의 이 신생 출판사는 책 출 판에 사람 편집자 대신 AI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다. 인키 트는 책을 출간하기 전 연재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짧은 글을 먼저 공유하고, 독자들이 연재되는 각각의 글에 몇 분 동 안 머물렀는지, 언제 읽었는지, 밤을 새웠는지, 끝까지 다 읽었는지 등의 이용정보와 피드백을 수집한다. 그리고 이러 한 데이터로 AI 알고리즘이 흥행 가능성을 예측한 뒤 책을 출간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큰 성공을 거뒀다. 스마트 기술이 회사의 경쟁우위를 향상시킨 좋은 사례다.
디지털 기술로 정교해지는 마케팅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전통적인 산업구조를 혁신하는 디지털 전환은 지난 몇 년간 기업들이 주목하는 화두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들 이 온라인 플랫폼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자 기업들은 디지 털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업들의 이러한 변화는 사업 성과와도 직결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 연구에 따르 면, 지난 3년간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 상위 25% 선도기업 이 하위 기업보다 평균 매출은 55%, 평균 순이익은 11%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기업들에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셈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마케팅의 영역에서도 다르지 않다.
마케팅이 디지털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다.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전통적 구매 경로가 디지털 방 식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보다 발전 된 형태의 디지털 마케팅이 자리 잡고 있다. ‘마케팅의 아 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석좌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마켓 5.0』에서 인간과 기술이 융 합된 형태의 마케팅, 이른바 ‘마케팅 5.0’ 시대가 열렸음을 선언했다. 그는 마케팅 5.0을 ‘고객 여정 내내 가치를 창출, 전달, 제공, 강화하기 위해 인간을 모방한 기술을 적용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마케팅 5.0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인 간 마케터의 능력을 모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기 술이다. AI, 로봇공학, 빅데이터, 증강현실(AR), 가상현실 (VR),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이 모두 차세대 기술에 해당한다. 마케팅 5.0 시대의 기업은 이러한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이 더 쉽고 빠르게 새로운 제품을 ‘인지’하고‘호감’을 가질 수 있게 돕는다. 또 고객의 ‘질문’에 효과 적으 로 대응하고 이를 실제 ‘구매’에 옮기게 하며 ‘충성고객’으로 남도록 디지털화된 고객 여정을 설계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 2018년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프리미 엄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의 신형 세단 TV광고를 제작한 바 있다. 도요타는 AI를 이용해 지난 15년 동안 고급차 시장에 서 수상 전력이 있는 광고 캠페인을 분석했고, AI는 이를 바 탕으로 신제품 TV광고의 대본 100%를 써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는 고객 프로필과 과거 구매 이력을 분 석해 고객들에게 적절한 제품이나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으 며, 서비스업 분야의 기업들은 챗봇을 통해 고객에게 24시 간 표준매뉴얼을 제공하고 있다. 또 질레트, 리바이스, 메르 세데스 벤츠 등 다수의 기업들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개 인 맞춤형 대량 생산(Mass customization) 시스템을 도입 해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AI는 빅데이터와 결합해 제품 출시 전 성공 가 능성을 예측하기도 한다. 이런 예측은 대부분 신제품 출시 후 실시하는 시장조사보다 정확도가 높으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소비자 반응 조사보다 더 빠르게 통찰력을 얻게 해 준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인 키트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스 마트 기술의 도움을 받아 제품 출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펩시는 고객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나누는 대화를 심층 분 석해 유행 가능성이 높은 신제품 음료를 정기적으로 출시한다.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도 정치 드 라마를 만들면 성공할 것이라는 AI의 판단으로 제작됐다.
스마트 기술은 고객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 백오피스(Back office)뿐만 아니라 실제 고객을 응대하는 프런트 오피스 (Front office)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AI 알고리즘 은 센서, 로봇공학과 결합해 기업이 고객 대면 활동을 수행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호텔과 요식업계에서 도입 중인 서비스 로봇이 좋은 예이다. 센서와 사물 인터넷, 증강 현실 기술은 쇼핑 고객이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디지털 경험을 체 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소매점에 설치된 안면 인식 스크린 은 쇼핑객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파악해 적절한 판촉활동을 지원하며 쇼핑객은 증강현실을 통해 구매 전에 미리 제 품을 써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