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의 땅이 29억 원에 팔렸다. 지난달 25일 캐나다의 가상자산 투자회사인 토 큰스닷컴의 자회사 메타버스그룹은 디센트럴랜드 내 패션스트리트 구역에 116토지 (Parcel)를 243만 달러(약 29억 원)에 매입했다. 디센트럴랜드는 블록체인 기반 메 타버스 게임으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Non-Fungible Token)을 접목해 메타 버스 내 경제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번에 팔린 땅도 NFT 형태로 거래됐다. NFT와 메 타버스에 대한 투자 열기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소유권 증명 수단… 디지털 콘텐츠 거래 가능해져
NFT는 고유한 데이터가 담긴 토큰이다. 블록체인 기 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일견 비트코인(BTC)이 나 이더리움(ETH) 같은 암호화폐와 비슷하지만 각 토큰마다 서로 다른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차이점 이 있다. 내가 보유한 1비트코인은 친구가 갖고 있는 1비트코인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1만 원짜리 지 폐에 각기 다른 일련 번호가 적혀 있지만 가치가 동 일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특징을 ‘대체가능한 (Fungible)’ 특성이라 한다. 반면 NFT는 A가 발행 한 NFT와 B가 발행한 NFT의 가치가 다르다. 때문에 1만 원짜리 지폐를 주고 받듯 NFT를 교환하기 어렵 다. NFT가 지닌 ‘대체불가능한(Non-Fungible)’ 특 성이다. NFT의 발행 내역, 거래 이력 등은 모두 블 록체인에 기록된다. 이 데이터는 위변조가 불가능해 신뢰할 수 있다.
NFT를 활용하면 기존에 소유권을 증명하기 어려웠 던 분야를 디지털화해 거래할 수 있다. 현실 세계의 부동산 등기부 등본처럼 NFT가 사이버 공간에서 특 정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는 수단이 된다. 쉽 게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도 NFT로 발행하면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자산으로 거듭난다.
NFT가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고가 예술품 경매에 등장하면서부터다. 지난 3월 미국 뉴 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NFT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아트 작가 비플의 작품 ‘매일:첫 번째 5,000일’이 6,930만 달러(약 785억 원)에 낙찰되면 서 화제가 됐다. 디지털 예술품의 진품 여부를 가리 는 데 NTF의 대체 불가능한 특성이 활용된 것이다. 이 작품의 구매자는 앞으로 복제품이 온라인상에 나 타나더라도 유일한 진품을 소유하고 있음을 인정받 을 수 있게 됐다. 이 경매 결과로 인해 비플은 제프 쿤스와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생존 작가 중에서 세 번째로 비싼 작가가 되기도 했다.
NFT는 게임 업계로 전이되며 그 파급력이 더해졌 다. 올해 초 NFT 붐을 일으킨 게임 NBA탑샷은 이 용자의 소유욕을 자극해 성공한 케이스다. 이 게임은 NBA 슈퍼스타들의 플레이를 NFT로 발행해 거래할 수 있게 했다. 스테판 커리의 화끈한 3점 슛 장면을 세상에서 오직 나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영상은 누구나 온라인에서 볼 수 있지만 영상 소유권 은 NFT를 보유한 사람만 갖고 있다. NFT는 저마다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커리가 등장하는 영상이 더라도 2020년 3월 5일 3점 슛 장면은 5만 7,000달 러(약 6,794만 원)에, 같은 날 어시스트 장면은 4만 4,999달러(약 5,363만 원)에 리스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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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한다는 점을 보 여주면서 NBA탑샷을 개발한 대퍼랩스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회사는 올해에만 두 차례 투자금 을 유치했는데 지난 3월 3억 500만 달러(약 3,638억 원), 지난 9월 2억 5,000만 달러(약 2,982억 원)를 투 자받았다. 지난 3월에 26억 달러(약 3조 992억 원)였 던 기업가치도 6개월 만에 76억 달러(약 9조 592억 원)로 뛰었다. 전 세계 투자사들이 앞으로 NFT 시장 이 커지리라 전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삼성전자 투 자 유닛인 삼성넥스트도 일찍이 이 기업에 투자했다.
NTF 도입 용이한 게임·엔터 업계 적극적 투자
그렇다면 NFT 가치는 어디에서 나올까. 업계 전문가 들은 NFT 가치가 커뮤니티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은 다. 누구나 NFT를 발행할 수는 있지만 모든 NFT가 활발하게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NFT를 갖고 싶다는 소유욕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커뮤니티가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임 업계와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NFT 사업에 적극 적인 배경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존 커뮤 니티를 기반으로 NFT 사업을 활성화하기가 수월하 기 때문이다. 게임사는 각 게임별 헤비 유저를 보유 하고 있다. 이들은 선호하는 아이템이나 캐릭터가 존 재한다. 돈을 주고 아이템을 사는 행위에도 익숙하 다. 사이버 공간에만 존재하는 NFT 거래가 도입됐을 때 상대적으로 적응이 빠를 가능성이 높다.
게임에 NFT를 적용해 성공한 대표 사례는 위메이드 가 개발한 미르4 글로벌이다. 이 게임에선 흑철 10만 개를 모으면 게임토큰인 드레이코(DRACO)로 바꿀 수 있다.